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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까진 모르겠고, 친구사귀는건 때가 맞아야 한다 정도에는 동의한다.

만약
새로운 사람을 알게되었는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할 수 있는, 그리고 또 무지에서 오는 sensitive 한 질문들을 계속해서 받게되면, 대답해야하는 나의 입장으로선 모든게 귀찮고 얘기하기 싫다의 포지션이 되는것 같다.

물론 하나하나 붙잡고 설명하길 원했던 그 시기의 나도 있었다. 근데 나는 이제 그런게 다 귀찮고, 나와 비슷한 정도의 세상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하고 친구하고싶다. 이말은 같은 혹은 비슷한 문화권에서 온사람하고 친구하고싶다는 말이랑은 전혀 다른거고..
글로 풀어쓰려니 장황해지는데,

가령 어떤 질문이 내가 속하는 사회에서 적절하게 이루어 지는지 그런걸 아는 사람말이다.
한 질문만으로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아니다가 결정되는건 절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영국기준)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본다거나, 어떤 비자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사적인 질문들을 같은 문화권이라는 이유로 막 퍼붓는다거나..
질문들 자체가 완전히 무례한 질문은 아니지만 첫 만남에 묻는다기엔 좀 의아한? 그리고 질문받는 사람에 따라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는 ..

내가 너무 영국화 된건가 싶어서 괜히 좀 뜨끔하긴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6-7년이면 나도 이 사회의 특성/흐름? 을 알아볼 정도는 된거니까.

아무튼.. 사적인 질문이나 민감한 질문들을 막 퍼붓는 그 사람에게 나는 하나하나 설명하고싶은 에너지도 없고 그렇게 하고싶지도 않다.
그 사람도 어느정도 경험을 하고나면 배우고 이해하게 되겠지 하지만 나랑은 시기나 때가 맞지 않았다 정도로 해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게 나한테 맞는듯..

공감되시는 분 혹시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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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의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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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만 살았을 때는 몰랐던, 영국에 살면서 배우게 된 여러가지 중 하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단순히 마주하지 않았고, 함께 주변에서 생활 할 기회가 없었기에 몰랐다고 변명하기에는 내가 조금 부끄러운 주제 중 하나가 자폐에 관한 이해도랄까?

몇 년 전까진 자폐는 한 가지 정도만이 존재하는줄 알았고, 고등학교 시절 봤던 친구들을 보고 막연하게 다 비슷하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싶었다.

같은 영어를 쓰는 미국도 같을지 모르겠지만 영국에서는 자폐를 가진 사람을 an autistic person 이라고 부르거나 a person who is on the spectrum, a person with ASD 라고 부른다.

그 중 나는 on a spectrum 이라는 표현이 뭔가 따뜻하고 멋지게 표현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폐는 한가지 레벨만 있는것이 아닌 다양한 정도가 있는데,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단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예로 우리가 빛의 스펙트럼에는 여러가지 색이 있는데 우리는 그 모두를 통틀어 한 색으로 부르지 않는 것처럼.
자폐자체도 통틀어 모든 사람을 한가지로 얘기할 수 없다..

아무튼 ! 그 동안 매우 재밌게 시청한, 그리고 가슴 따뜻해지는 스펙트럼관련 프로그램들을 추천하려 한다.


Atypical (넷플릭스)
최근에 시청을 끝낸 드라마. 자폐스펙트럼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드라마.


Love on the spectrum (넷플릭스)
보는 내내 흐뭇한 얼굴을 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다큐멘터리.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자폐스펙트럼 사람들의 이야기



The A word (iplayer)
BBC 에서 방영한 드라마로 초등학생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그린 드라마.



세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의 진정성과 일관성. 그걸 보는 나의 마음은 몰랑몰랑 따뜻해진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기때문에 저런 행동을 하는것인지 이해하는 과정 역시 나에게 좋은 배움이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회에 속한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서 내가 그들에게 무의식 적으로 상처주거나 배려심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대화와 관찰을 통해 확연히 알아차린 점은 한국과 비교했을때 영국은 자폐스펙트럼 사람들이 사회에서 훨씬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어진다는 점이었다. (물론 안그런 사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앞으로 또 다른 관련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찾아서 보고싶고 , 자폐스펙트럼 사람들이 사회와 사람들의 차별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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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쓰봉

생각 2016. 5. 8. 23:59

오늘 시골을 떠나올 때, 할머니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감정이 복잡하신 듯 보였다. 마치 힘없는 아기처럼 보였다. 구십평생 정정하고 남한테 신세지고 살아본적 없는 할머니에게 이 시간들은 너무 버거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할머니는 쓰봉을 찾았다. 난 쓰봉이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몰라 물었다. 할머니 쓰봉이 뭐에요. 할머니는 "쓰봉이 이게래(바지를 가르키며)" 그제야 알았다. 쓰봉이 바지인걸. 일제강점기때 들어온 일본말의 잔재였다.

그 어려운 시기도 이겨내시고 한평생 자식만 바라보고 살아오신 우리 외할머니가 아프다. 나는 할머니가 안아프고 오래오래 사실줄 만 알았다. 난 어렸을 적부터 외할머니를 참 좋아했다. 왠지 모르게 다른 사람보다 푸근하고. 순수하고. 할머니가 만든 음식은 다 맛있었다. 소박하고 검소하신 할머니가 좋았고. 그래서 할머니가 계신 시골도 좋았다.

아직까지도 할머니가 이렇게 아픈게 잘 실감나지 않는다. 고마 기운 차리시고 털고 일어나뿌면 좋으련만.
할머니는 "이래 살믄 우야노" 만 하신다.

"진지 잘 잡수시고 , 약 잘 드시면 기운 금방 차리실 거에요. 또 올게요" 하고 내려온 내 마음이 너무 무겁다. 할머니 얼굴이 너무 생생하다.

손주인 내맘도 이렇게 아픈데 엄마는 오죽할까.
어버이날. 엄마도 나도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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