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결산

영국 2021. 1. 31. 09:48

오랜만에 올해 결산을 해보고자 한다. 이미 2021년이 시작된지 1달이 다 지나가지만, 2020년은 다사다난했고, 힘들기로는 손에 꼽히는 한 해였기 때문에 꼭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2020년을 이야기 하기전에 2020년 여러 달에 걸쳐 언급될 내용의 배경을 설명하려면 2019년 12월을 포함시켜야 해서 이를 포함시켰다.

 

12월: 미래 커리어를 위한 레슨을 한 대학에서 야간수업으로 수강중이었는데, 12월 초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이 발생함. 경찰신고 및 여러가지 각종 우울감에서 우울증 수준의 멘탈상태 지속. 이 때문에 원래도 실망했던 영국에 더 큰 상처를 받고 다른나라로 떠나는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함. 

1월: 12월에 있었던 일을 떠나서 회사다니면서도 고민이 정말 많았던 시기.. 고민하던 후보지로는 한국, 호주, 아니면 그대로 영국. 일을 하면서도 우울감이 정말 심했고, 거의 매일 울다시피 한 생활. 12월에 발생한 사건이, 이렇다 할 진전없이 시간만 하릴없이 흐름. 이때만 해도 경찰을 믿은듯.

2월 : 드디어 회사 마지막 날을 맞이하고, (11월에 새로 구매 한)휴대폰을 도난당함. 세상 쫑내고 싶을정도로 운이 안따라줬던 겨울.. 결국 영국에 머무르기로 결정하고 비자 준비를 빠릿빠릿 해나가기 시작함.. 이미 이때 코로나 소식은 계속되고 있었고, 한국은 이미 케이스가 있는 상황이라 가족들 걱정이 심했다. 주말을 이용해 맨체스터도 다녀오긴 했지만 이때도 정신은 거의 왓다 갓다했다. 괜찮았다 밑바닥까지 우울하다의 반복.. 그래도 용캐 기생충은 보고옴. 하하. 정말 기생충의 인기 실감! 한국과 중국 모두 코로나 뉴스로 너무너무 심각할때, 이곳은 전혀 뭐 낌새도 없었던.. 경력개발을 위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함. 주제는 데이터 분석 관련. 경찰은 업데이트 없음. 

3월 : 내 영국 비자 마지막날이 드디어 지나고,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서 일단 집밖으로 안나가고 2주를 버팀.. 동생이 아일랜드에 어학연수차 와있었는데,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어학원이 문을 닫았음.. 분명 올때만 해도 한국이 코로나 케이스가 막 발견되고 있었어서 차라리 잘됐다 싶었는데 상황이 점점 안 좋게 흘러감. 비자 센터 방문 예약일이 취소됨. 설상가상으로 동생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서 고생함. 너무 걱정되었던 순간이었다. 이 와중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고, 한국에 갈 수 없었던 그 때 그 기분이란, 이곳에 글로써 다 적어내려가기엔 너무 슬픈.. 자식들 없이(물론 이모 삼촌들이 있었지만) 혼자 상을 치르게 된 우리엄마한테 너무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외할머니가 너무 보고싶고, 미안하고, 슬프고.... 적고나니 정말 울음이 없었던 달이 없었던 듯 싶다. 그래도 데이터 분석관련 공부는 소홀히 하지 않았음. 뭐라도 잡고 해야할 것 같아서... 경찰에서 12월 당시 물어봤던 내용을 다시물어보는 이메일과 관련 증거가 확보되지 못했다는 뭐 그런 암울한 내용을 전해줌. 

4월: 코로나 발발 전, 원래 동생이 영국으로 넘어와 함께 길게 주말을 보낼 요량이었는데, 이 모든게 취소되고, 국회의원 선거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스터를 맞이하여 원래 계획했던 노폭 휴가도 취소가 되었다. 짝궁이 동물의 숲 칩을 사줬다.. 너무재밌다!!! 진짜 이거 없었으면 영국 봉쇄를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이 안감.

5월: 아일랜드에서 어학원이 문을 닫은 상태에서 이대로 있다가는 그냥 돈만 다 쓰고 갈듯 하여 동생이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으로 넘어오게됨. 어학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상황에서 일단 영국에서 지내는게 낫겠다 싶었다. 짝궁도 동생이 영국에 와서 나랑 함께 지내는게 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함. 정말 동생이 오고나서 내 기분도 많이 좋아졌고, 우울감도 많이 사라짐. 동생 생일도 있었어서 같이 축하함. 한국에서는 오히려 동생이 나랑 함께 지내니까 다행이다 싶었나봄. 걱정은 덜하는 것 같았다. 이력서는 계속 넣고 있던 상황이었고, 인터뷰 기회가 몇 개 생겨서 바쁜나날.. 날은 정말 좋았던 2019년 여름. 경찰 담당자가 바뀌었다. 전화가 와서는 조서를 작성하고싶다고. 내 입장에서는 얼탱이가 없는게 작년 12월 일을 내가 어떻게 세세히 기억하지? 그리고 왜 이제서야 쓴다고 하는거지? 뭐가 어떻게 돌아갔었던 걸까. 뭐가 어떻게 잘 못 되었길래 이제서야 내 사건을 들여다 보게 된 걸까. 아무튼 여러차레 전화 및 이메일 연락 후 조서를 완료함.

6월: 드디어 비자센터에 가서 지문등록 및 절차를 마쳤다. 정말...하나부터 열까지 힘들었던 비자연장...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수하고도 어이없었던 대처, 진행... 새로운 강의를 듣기 시작함. 이전 강의에 더 해 좀 더 탄탄하게 내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해당 강의를 수강함.

7월: 비자 승인이 났고 brp카드까지 수령했다. 기념일이 있어서 잠깐이나마 집 근처 내셔널 트러스트에 다녀왔다. 내 사랑 수국을 맘껏 보고 날씨따라 기분도 좀 나아지고. 계속되는 이 회사 저 회사 인터뷰.. 동생이 수강을 하고 있는 어학원에는 수강을 하고있는 학생들이 외국인+현지상황 잘모름 이라는 점을 악용해 제대로 수업을 제공하지 않고 있었고, 동생은 이점을 어학원에 계속해서 어필을 해왔다. 원래 작성된 계약서에서 명시되어있는 커리큘럼을 따라가고 있지 않는 점, 어학원 기간 마지막에 시험을 보고, 중간중간 피드백을 받는것으로 되어있는데 시험은 취소가 되는 것인지 등등 이모든것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계속해서 답변이 진행되지 않는점. 등등 여러가지 부당한 상황을 여태 차분하게 기다려 왔는데, 어학원에 있던 한국인 담당자의 불성실한 답변, condescending 한 태도, 배째라 식의 제안에 얼탱이가 없었던 우리는 반격을 준비함. 여태 진행된 모든 온라인 수업 시간과, 질의한 것에 대한 무의미한 답변과 같은 각종 증거를 모아 어학원측에 이메일을 보냈으며, 뿐만 아니라 해당 어학원이 위치한 지역의 MP(국회의원) 및 현지 언론에까지 접촉을 함. 결국 어학원장이 나서 화상미팅을 주선하고, 우리가 클레임한 돈을 환불 받을 수 있었다. 길가다 어떤 무지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에 의해 12월의 악몽이 되살아남.

8월: 동생이 한국에 돌아갔다. 나는 finance 관련 회사에 데이터 분석가로 취직에 성공함. 담당경찰이 바뀌고 나서부턴 정말 조그마한 업데이트도 이메일로 보내주는 현 담당 경찰에, 정신적인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9월: 일을 시작하고 나니, 많이 바쁘고, 트레이닝 받느라 바빴다. 이 와중에 같이 입사한 동기가 짤림..(?) 벌벌떨렸다. 대체 뭐 때문에 짤리게 되었을까. 재택근무여서 이것 저것 회사에서 보내주는 장비들 받고, 우리집 스페어룸이 오피스룸으로 탈바꿈..

10월: 독감접종을 받기 위해 부츠에 예약을 해놨는데, 취소가 되었다. 지들마음대로 우리 예약을 없애고선 갑자기 엉뚱한 날에 예약을 넣었다. 아무리 재택이라지만, 갑자기 평일 엉뚱한 시간에 어떻게가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됨. 아, 드디어 오랫동안 알아본 고양이 임시보호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경험. 우리집에 온 고양이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또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길.

11월: 크리스마스를 위한 선물 구매가 한참이던 11월. 또 probation이 끝났던 11월. 검찰측에서 Identification parade를 할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음. 처음부터 증거 확보가 확실하게 되었다면, 이런 절차가 필요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지 하는 마인드로 해당 절차를 하겠다고 의사를 밝힘.

12월: 금요일마다 오프를 신청해놔서 한 주 한 주가 짧았던 12월. 우리 회사 특성상 12월이 매우 바쁘단걸 1월이 되고서야 몸소 느끼게 되었다. (지금(1월) 굉장히 별 일 없이 잘 지나가고 있는 중.. ) 크리스마스 선물을 올해는 우리 모두 과하게 준비해서, 끝없이 포장지 뜯어야 했던, 그래도 재밌었던 12월.

 

여기까지 쓰는데 정말 오래걸렸고, 2020년을 돌아보는데 울컥 울컥. 정말 다시 봐도 너무 힘들었던 한 해였고, 코로나 때문에 더 어려웠던 한해였지만, 나한텐 그 이상의 사건들이 발생했던 힘들었던 슬펐던 한해였다. 제발 2021년 올해는 2020보단 나은 한해가 되고, 꼭 시간내서 테라피스트도 만나볼 수 있길, 한국도 꼭 방문할 수 있길, 건강하길, 코로나baby가 종식될 수 있길 기원해본다.

혹시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 분이 계신다면, 2021년은 슬프지 않고 행복한 일로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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